집행부 무시에도 OK...한심한 의원님들

화순군, 만원임대주택 관련 ‘49세 이하만 신혼부부’ 규정
신혼부부 나이제한 없앴던 군의회...집행부 나이제한 수용
김지숙 의원, 집행부 동조도 모자라 ‘나이 제한 했다’ 자랑

박미경 기자 | 입력 : 2023/03/24 [01:36]


화순군의회가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켰다. 의회가 ‘신혼부부를 나이로 제한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한 화순군 집행부를 향해 항변하는 척 모양새만 내고 거수기를 자처했다.

 

일부 의원은 한글로 또렷하게 명시된 입법취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집행부 편을 들더니 '신혼부부의 나이를 늘리지 못하게 했다'며 이를 SNS를 통해 자랑하기까지 했다.

 

화순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강재홍)는 지난 21일 구복규 군수의 핵심공약인 ‘만원임대주택 지원사업’ 추진을 위한 ‘화순군 청년 및 신혼부부 만원임대주택 지원 조례안’을 심의, 집행부 안대로 의결했다.

 

해당 조례안은 ‘군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만원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조례를 통해 만원임대주택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자는 취지다.

 

대상은 ‘청년 및 신혼부부’다. 문제는 ‘신혼부부’의 범위다. 화순군은 조례안을 통해 ‘신혼부부’의 나이를 ‘부부 모두 49세 이하로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인 부부’로 규정했다.

 

이는 화순군이 만원임대주택 지원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제정한 ’화순군 청년 및 신혼부부 지원 등에 관한 조례‘와 상충된다.

 

해당 조례에는 신혼부부에 대한 나이 제한이 없다. 당초 화순군은 신혼부부를 ’부부 모두 49세 이하‘로 명시했지만 화순군의회 총무위원회가 “나이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나이제한을 없앴다.

 

그런데 2개월 만에 신혼부부와 관련된 또다른 조례를 제정하면서 화순군이 의회를 무시하고 신혼부부에 대한 나이제한에 나선 것이다.

 

의회 입장에서는 발끈하는 것이 맞다.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한데 대해 항의하고 잘못됐다고 성토해야 했다. 물론 하기는 했다. 아니 하는 척만 했다.

 

만원임대주택 조례안 심의 당시 강재홍 의원은 조심스럽게 “다른 의원도 이야기 했었는데”라며 신혼부부 나이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다른의원'은 신혼부부 나이제한을 없애는데 앞장 선 총무위원회 류영길 의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조명순 의원도 ’강재홍 의원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그뿐이었다. 집행부의 만원임대주택 지원에 따른 신혼부부 나이차별을 수용했다. 오형렬 의원은 침묵했다. 

 

김지숙 의원은 더 가관이었다. 집행부의 편을 들고 나섰다. 김 의원은 ’만원임대주택지원은 청년인구 유입을 위한 것인 만큼 나이제한을 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해당 조례안에 ‘군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됐지만 이는 무시했다. 50세가 넘어 결혼한 부부는 결혼한지 얼마안됐어도 신혼부부가 아니고, 청년(18~49세)을 제외한 주민은 화순군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다.

 

한술 더 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신혼부부의 나이를 늘리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인구정책으로 추진하는 내용인 만큼 청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는 의견을 냈다“고 자랑까지 했다.

 

김지숙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청년(18~49세)이 아닌 사람은 화순으로 유입할 필요가 없으니 만원임대주택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형성된다. 

 

청년인구 유입에만 촛점을 맞추고 싶었다면 늦깍이 신혼부부들이 괜한 기대감을 갖지 않도록 조례안의 명칭에서부터 '신혼부부'를 빼고 목적도 뜯어 고쳤어야 했다. 

 

하지만 화순군이 청년과 비청년을 가리면서 인구유입정책을 펼 정도로 인구늘리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화순군이 인구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 2월말 화순군인구는 61,892명으로 1년전에 비해 758명이 줄어들었다.  

 

화순군의회 스스로가 정한 신혼부부의 기준조차 무시하고, 집행부의 편에 서서 집행부가 하자는대로 따라가며 스스로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이를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자랑질하는 ‘의원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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